매화(梅花) 그리기
출처:운곡 강장원
이른 봄 추위 속에 맑고 깨끗한 향기를 그윽히 풍기며 피어난 매화의 아름다움은 빙기옥골(氷肌玉骨- 살결이 맑고 깨끗한 미인의 형용)이라 하여 옛부터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매화나무의 줄기가 늙고, 굳세면서도 파리한 것은 신선(神仙)을 연상케하여 그 기품이 노련하기도 하다. 송나라의 임화성(林和靖)은 처자없이 학을 기르며, 매화를 너무나 사랑하여 매림(梅林)속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후세에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말을 남겼다.
이렇듯 매화(梅花)는 세속(世俗)을 초월한 기품을 사랑한 문인(文人)들에 의하여 그림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매화의 정기(精氣)를 그리는데 이르렀다고 한다. 당송시대(唐宋時代)의 석중인(釋仲仁)은 몰골법(沒骨法)으로 그렸고 이정신(李正臣)은 매화만을 그려 매화의 명인이었다고 한다. 권법(圈法)을 써서 꽃을 그리되 채색을 쓰지 않고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양보지(揚補之)인데, 문인들의 매화 그리는 법의 주류가 되었다. 매화(梅花)나 홍매(紅梅)등의 경우는 무테법(몰골법/沒骨法)으로 그리는 것이 상례(常例)가 되었다.
양보지(揚補之)의 매화그리는법(화매법론:畵梅法論)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매화나무가 맑고 깨끗한 것은 꽃이 야위게 마련이며 나무끝이 연한 것에서는 살찐 꽃이 핀다. 가지가 겹친 곳에는 꽃이 많고 홀로 쭉 뻗은 가지 끝에서는 꽃이 성기게 핀다. 줄기를 그리는데는 용처럼 꾸불꾸불하고 쇠처럼 굳건하게 하며 나무끝이 긴 것은 화살처럼, 짧은 것은 창처럼 그려야 한다」
또한 탕숙아(湯叔雅)의 매화그리는법(화매법론:畵梅法論)을 갖추려 본다.
「매화에는 줄기, 가지, 뿌리, 마디 그리고 이끼가 있다. 산이나 바위에 나 있는 수도 있고 정원이나 울타리에 심어져 있기도 하는데 있는 곳에 따라 가지의 모양도 다르게 마련이다. 꽃은 오판(五瓣)을 정격(正格)으로 치며 사판(四瓣), 욱판(六瓣)의 것도 있다. 매화나무 줄기에는 늙은 것과 어린 것, 굽은 것과 곧은 것, 성긴 것과 빽빽한 것, 조화가 잡힌 것과 기괴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가지는 북두칠성의 자루처럼 생긴 것, 쇠채찍, 학의 무릎, 용의 뿔이나 사슴의 뿔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활고지나 낚싯대 같은 것도 있다.
꽃은 산초(山椒) 열매만한 것도 있고 게눈 만한 것도 있으며 머금은 것, 반개(半開)한 것 그리고 만개(滿開)한 것과 시든 것, 져 버린 것도 있다. 정면의 것, 뒤를 향한 것, 옆으로 보이는 것 등도 있다.
가지나 꽃의 생김새는 한결같지 않고 변화가 무궁한데, 한자루의 붓으로 매화(梅花)의 정기(精氣)를 그려보려 하는 것이다. 실물을 관찰하여 도리에 맞아야 하므로 이 매화그리는 법(畵梅法)의 법식을 거울삼아 배워야 한다.
그리하여 붓/먹(筆墨)을 사용함이 신속 종횡, 미친 듯하여 줄기는 굽어있고 가지는 새가 나는 듯하고 꽃을 겹쳐 그릴 때에는 「品」자 모양으로 배열한다. 가지는 늙은 것과 어린 것을 구분해 그려야 하고 꽃은 음양을 고려하고 꽃술은 상하를 정하고 가지는 장단을 적절히 헤아려 그려야 한다.
꽃에는 반드시 꽃받침을 붙이고 꽃받침은 가지에 달려 있어야 하고 가지는 반드시 마른 줄기에서 나오고, 마른 줄기에는 이끼 낀 나무껍질을 그리고 이끼 낀 나무 껍질은 반드시 낡은 마디가 있는 곳에 그려야 한다. 꼭지는 길게, 꽃술은 짧게 그린다. 높은 가지에는 꽃은 작고 꽃받침은 굳세게, 뾰족이 나온 끝 부분이 군더더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먹(重墨,中墨)으로 가지를 그리고 짙은먹(濃墨)으로, 꼭지를 그린다. 가지가 시든 부분은 한산하고 굽은 가지는 안정된 분위기가 나도록 배려한다.」
다음으로 매화를 그리는 문제를 놓고 태극, 음양, 오행 등을 본떠서 설(設)을 채우는 화매취상설(畵梅取象設)이 있는 데
① 일정(一丁) ② 이체(二體) ③ 삼점(三點) ④ 사향(四向) ⑤ 오출(五出) ⑥ 육지(六枝) ⑦ 칠수(七鬚) ⑧ 팔결(八結) ⑨ 구변(九變) ⑩ 십종(十種)이 있다.
매화취상설(畵梅取象設)을 잘 살펴보면 ①③⑦⑨는 꽃에 관한 설명이고, ②④⑥⑧⑩은 나무에 관한 것으로 홀 수는 양(陽)이고 짝수는 음(陰)인데, 음양오행설(陰陽五行設)을 뒷받침한 것으로 꽃은 陽(하늘, 太陽)의 氣를 받아 피는 것이고, 나무 줄기는 陰(땅, 大地)의 氣를 받아 뻗어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육지(六枝) 가지를 그리는 법에는 여섯 가지의 형태가 있다. 이것을 육지(六枝)라 한다. *드리운 가지(언지:偃枝) *치뻗은 가지(앙지:仰枝) *뒤덮은 가지(복지:覆枝) *딸린 가지(종지:從枝) *갈라진 가지(분지:分枝) *부러진 가지(절지:折枝)
팔결(八結) 잔가지를 그리는 법에는 여덟가지의 형태가 있다. 이것을 팔결(八結)이라 한다. ① 긴 잔가지 (장소:長梢) ② 짧은 단가지(단소:短梢) ③ 어린 잔가지(눈소: 嫩梢) ④ 겹친 잔가지(첩소:疊梢) ⑤ 교차된 잔가지(교소:交梢) ⑥ 고립된 잔가지(고소:孤梢) ⑦ 나뉘어져 나간 잔가지(분소:分梢) ⑧ 괴이한 형태의 잔가지(괴소:怪梢)
*위로 향한 어린 겹가지와 큰가지 그리기 가지의 형상을 그릴 때는 성기고 빽빽하고 가볍고 무거운 모습과 대범한 것, 동(動), 정(靜)이 있으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법식을 꾸준히 공부하여서 스스로 터득할 줄 알아야 한다.
*아래로 향한 어린 곁가지 그리기 가지를 그릴 때 같은 모양이 병행하면 안된다. 또한 생선 가시처럼 그려도 안된다. 강(剛)과 유(柔)가 있어야 조화를 이룬다.
*십종(十種) ① 고목이 된 것(고매:枯梅) ② 어린 것(신매:新梅) ③ 무성한 것(번매:繁梅) ④ 성긴 것(소매:疎梅) ⑤ 산에 있는 것(산매:山梅) ⑥ 들에 있는 것(야매:野梅) ⑦ 관청정원의 것(관매:官梅) ⑧ 강변에 있는 것(강매:江梅) ⑨ 화분의 것(반매:盤梅) ⑩ 정원에 있는 것(원매:園梅)
매화나무는 이렇듯 그 있는 위치에 따라 형세가 다르니 구별해서 그려야 한다.
꽃그리는 붓법(筆法)의 세가지
① 一筆로 그리는 단테법(단구법:單鉤法) 붓을 댈 때는 거칠게, 뗄 때는 가늘게하되 붓질(運筆)은 침착하게 행서(行書)나 초서 (草書)을 쓰듯 해야 한다.
② 二筆로 그리는 쌍테법(양구법:兩鉤法)
③ 몰골법(沒骨法)으로 그리는 점매법(點梅法) 이 법은 홍매(紅梅)나 야매(野梅)를 그릴 때 응용한다. 홍매(紅梅)는 연지나 주홍을 쓰고 야매(夜梅)는 희물감(호분:糊粉)을 쓴다. 꽃술은 짙은먹(濃墨)을 쓴다.
오출(五出) 꽃잎을 그릴 때에는 뾰족하지도 않고 둥글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붓놀림에 의해서 그려야 한다. 꽃이 반개(半開)했을 때는 꽃잎이 3~4개 나타나고 7할이 피었을 때는 전부 나타나고 정면을 향해 피어 있을 때는 전체가 나타난다.
삼점(三點) 꽃받침을 그리는 방법 丁자 모양으로 한다. 위는 넓게 아래는 좁게 한다. 양족의 점은 丁자를 연결한 것 같은 모양으로서, 양쪽 구석을 향하고, 중간의 점은 한 가운데에 그린다. 꼭지와 꽃받침은 서로 접해 있어야 한다.
일정(一丁) 꽃 꼭지를 그릴 때는 정향(丁香:丁자의 형상을 뜻하는데 향나무의 한가지)같은 형상으로 그린다. 하나는 왼쪽에 하나는 오른쪽에 그리되, 서로 나란히 있어서는 안된다. 丁점은 힘차고 바르게 그려야 한다.
구변(九變) 꽃의 구변(九變)은 (꽃꼭지) - 꽃망울 - 꽃망울이 볼록해 짐 - 꽃이 피기 시작 함 - 반쯤 핌-꽃이 활짝 핌 - 완전히 만개됨 - 반쯤이 꽃이 짐 - 꽃이 완전히 져버림으로 꽃의 일생을 아홉단계로 구분하여 이른 말이다.
줄기와 가지에 꽃그리기 가지를 그리는 데는 왼쪽 것과 오른쪽 것을 엇갈리게 하고, 순(順)이 있고 역(逆)이 있는 바 그것들을 교차시켜서 형세를 만들도록 한다. 꽃을 그리는 데는 앞을 향한 것 뒤를 향한 것, 아래, 위 그리고 옆으로 보이는 것을 뒤섞어서 정취가 있도록 한다.
▶ 화광매보의 36가지 병(華光梅譜 三六炳) 이상 열거한 것은 매화를 그리는 데 있어서 피해야 할 서른 여섯 가지의 병이다.
▶ 매화의 꽃 그리는 법
■꽃은 꽃잎과 꽃술, 꽃받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꽃봉오리부터 대개 아홉 번 변한다 하여 구변(九變)이라 하는데, 꽃눈 - 꽃망울 - 망울을 터뜨린 것 - 피기 시작한 것 - 반쯤 핀 것 - 다 핀 것 - 활짝 핀 것 - 반쯤 핀 것 - 다 진 것으로 나눈다. ■꽃은 담묵으로 그리고 꽃술과 꽃받침은 농묵으로 그린다. 꽃잎을 하나만 놓고 볼 때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까지 먹선의 두께를 일정하게 하는 것보다 기점이 약간 굵고 끝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가늘게 그려 변화있게 그리는 것이 좋고 모양을 둥글게 하되 은행(杏)과 같으면 안 된다. ■꽃은 단판인 것이 보통이나 겹판인 것도 있다. 그리는 방법엔 양쪽으로 한 번씩 반원을 그리는 일판이필법(一瓣二筆法)과 한번에 그리는 일판일필법(一瓣一筆法)이 있다. ■꽃잎을 그리는 방식에는 선으로 그리는 권법(圈法) 즉, 백묘법(白描法)과 중묵으로 몰골법(沒骨法)을 그리는 방식이 있다. 권법은 백매(白梅)를, 몰골법으로는 흑매(黑梅)를 그린다. 또한 흑매는 점매법(點梅法)이라고 하며 붉은 색을 사용하여 홍매(紅梅)를 그리기도 한다. ▶ 권법 - 일판이필법 ▶ 권법 - 일판일필법 ■꽃은 피어나는 방향에 따라 정면인 것, 뒤로 보이는 것, 옆으로 보이는 것 등 방향이 있으니, 각각 이들의 특징을 살펴 충분한 연습을 해야 하고 작화(作畵)에 임할 땐 이런 점을 적절히 사용하여그리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 숙달이 되어서는 잎과 잎 사이가 다소 떨어지거나 엇갈려도 무방하다. 꽃의 안쪽 중앙 부분엔 꽃술을 그려야 하므로 공간을 비워둔다. 측면의 개화와 낙화 정면의 개화와 낙화 ▶ 꽃의 여러 가지 모양 ▶ 점매법으로 꽃 그리는 법과 여러 형태의 꽃 ▶ 홍매의 개화 순서와 여러 형태의 꽃 < 정 면 > < 측 면 > ▶ 꽃술 그리는 법 ■꽃술은 농묵으로 강한 느낌이 들게 직필로 찍는다. 꽃술은 한 개의 암술과 여러개의 수술로 이루어졌으나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으며, 술을 많이 찍은 것은 적게 찍은 것도 괜찮으나 다만 꽃의 형태에 따라 적절히 하나 하나를 중심을 향해 힘차게 그려 넣는다. ■꽃술을 부채살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그리면 도식화되어 자연스럽지 못하니 빽빽하고 성긴데가 있어야 한다. 필요는 없으며 크기 또한 일정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 꽃술의 정면><꽃술의 측면> <나쁜 예>
|
'문인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사군자]난초 그림공부 (0) | 2016.01.12 |
---|---|
[스크랩] 달마화법(達摩畵法) - 강장원 (0) | 2016.01.08 |
[스크랩] 사군자배우기 (매화)-강장원 (0) | 2016.01.08 |
[스크랩] 사군자배우기(국화) - 강장원 (0) | 2016.01.08 |
[스크랩] 달마도(운곡)2 (0) | 2016.01.08 |